싯다르타 (헤르만헤세 지음)
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이 두 곳 있었다.
첫번째는 싯다르타가 사문으로 활동하는 중 부처와 고빈다를 남겨둔 채 숲을 떠난 뒤 깨달음을 얻는 부분이었다.
내용 중
내가 나 자신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, 싯다르타가 나에게 그토록 낯설고 생판 모르는 존재로 남아 있었다는 것,
그것은 한 가지 원인, 딱 한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다. 나는 나를 너무 두려워하였으며 나는 나로부터 도망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!
이 부분에서 싯다르타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주객전도하여 아트만을 나는 추구하였으며, 바라문을 나는 추구하였다고 말한다. 또한 이때 싯타르타는 본질을 사물들의 배후 어딘가가 아니라 그 사물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다.
그리하여 고타마에게 싯타르타가 했던 말의 의미가 이해되었다.
이 세상이 아무런 빈틈이 없고, 마치 수정처럼 맑고 우연이나 신들에 좌우되지 않는다면 그 세상을 극복 즉 해탈할 이유가 없을텐데
왜 그런 것 이냐는 의문이었다.
싯타르타는 은연 중으로 본질은 그 사물 자체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.
예전에는 나의 그림자였지만 지금은 고타마의 그림자가 되어 버렸다. 하지만 그분은 나에게 싯다르타를, 나 자신을 선사해 주셨다.
두번째는 싯다르타가 자신의 아들을 떠나보낸 후 사랑의 감정을 진심으로 느낀 부분이었다.
내용 중
싯타르타의 내면에서는, 도대체 지혜란 것이 무엇이며 자신이 오랜 세월 동안 추구해 온 목적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과 깨달음이 서서히 꽃피어 났으며 서서히 무르익어 갔다. 그 무엇이라는 것은 바로 매 순간마다, 삶의 한가운데에서 그 단일성의 사상을 생각할 수 있는, 그 단일성을 느끼고 빨아들일 수 있는 영혼의 준비 상태,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는 하나의 능력, 하나의 비밀스러운 기술에 다름 아니었다. 조화, 세계의 영원한 완전성에 대한 깨달음, 미소, 단일성이 그의 내면에서 서서히 꽃피어 났으며
이 부분에서 싯타르타는 지혜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었고 이미 세상은 완전하였으므로 그것을 완전히 받아들이는 것이
진정한 깨달음임을 알게 된다.
그 후 자신의 친구 고빈다에게 지혜는 말로는 전달될 수 없는 것이며 세존조차 알고는 있지만 말로 전달될 수 없기 때문에
완전성과 단일성이 결여된 표현을 한다고 전했다.
그에게 자신이 이제까지 살아오는 동안 사랑했었던 그 모든 것, 자신이 이제까지 살아오는 동안 가치 있고 신성하게 여겼던 그 모든 것을 떠오르게 해 주었다. 그는 꼼짝 않고 앉아 있는 싯다르타에게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굽혀 절을 올렸다.